정부가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수출 현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전략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범부처 대응 패키지가 논의됐고, 관세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중견 기업을 겨냥해 바우처, 무역보험, 유턴 인센티브를 묶은 지원이 추진된다. 핵심은 관세로 계약이 흔들리거나 결제 회수가 지연되는 순간에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무역금융과 보험을 동시에 두텁게 하는 데 있다. 정부는 “새로운 품목을 발굴하겠다”는 기조 아래 K-뷰티와 농수산식품의 글로벌시장 확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외 변수의 파장이 커질수록, 현장 체감형 경제 정책이 얼마나 빠르게 작동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정부 수출 지원 대책 발표 핵심은 관세 대응 바우처와 원스톱 창구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치는 ‘관세대응 수출바우처’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등지의 코트라 해외무역관을 거점으로 20개 헬프데스크를 운영하고, 현지 관세·법률 컨설팅 파트너와 연계해 피해 분석부터 대응 시나리오 마련, 대체시장 발굴까지 묶어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는지, 어떤 품목이 대상인지, 거래 구조에서 리스크가 어디로 전가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현실을 반영했다.
정부는 코트라 내 ‘관세대응 119’를 운영해 상담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체계도 강화한다. 단순 문의가 아니라 계약 변경, 원산지 기준 검토, 납기 조정 등 실무적 쟁점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초기 대응의 속도가 곧 손실 규모를 좌우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관세 충격이 특정 업종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창구는 디지털 기반 수출 기업에도 영향을 준다. 예컨대 해외 플랫폼을 통해 직수출하는 브랜드라면 통관·반품·현지 규정 이슈가 곧바로 온라인 평판과 재구매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역보험과 수출금융 366조 공급으로 유동성 방어막 강화
정부는 무역금융을 366조원 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수출금융 관계기관이 함께 유동성을 충분히 제공하는 방식이며, 특히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무역보험 100조원 공급이 포함됐다.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보험료·보증료를 일괄 50% 할인하고, 수출 실적 100만달러 이하 중소기업 3만5천개는 보험료를 90%까지 낮추는 방안도 제시됐다.
관세로 피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서는 무역보험 지원 한도를 최대 2배까지 늘리고, 중소·중견기업의 단기수출보험료는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60% 할인한다. 수출계약이 취소·변경되거나 대금 회수가 어려워진 경우에는 보상 심사를 신속히 진행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관세가 비용 문제를 넘어 ‘계약 안정성’ 자체를 흔드는 국면에서, 보험이 결제 리스크를 낮추는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가 강조한 것은 “체감”이다. 실제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 간담회에는 엘앤에프, 케이조선, 동진쎄미켐, 대모엔지니어링, 코디아산업 등 업계 대표들이 참석해 반도체·이차전지 지원, 조선업 RG 한도, 수출바우처 확대 등을 요청했다. 업계 요구가 금융·보증 같은 실물형 지원에 집중됐다는 점은, 관세 국면에서 현금흐름이 얼마나 예민해졌는지를 보여준다. 관련 흐름은 국제 통상 환경 변화처럼 외부 변수와 맞물려 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유턴기업 특별지원과 K 뷰티론 신설로 글로벌시장 다변화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거점 재편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해외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신규 투자하는 기업의 외국 투자자금 대출에 대해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고, 총 2조원 규모를 제시했다. 동시에 불가피하게 해외 생산을 조정하는 유턴기업에는 외국 사업장 축소가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법인세 등 세제 혜택을 적용한다. 관세조치 등으로 피해가 인정되는 기업이 국내 복귀하는 경우에는 ‘해외진출기업복귀법’상 외국사업장 구조조정 요건을 면제하고, 보조금을 10%포인트 확대 지원한다.
품목 측면에서는 한류 소비를 타고 성장해 온 화장품 수출을 겨냥해 ‘K-뷰티론’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자상거래와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브랜드가 빠르게 부상하는 시장 특성상, 자금 조달의 속도가 곧 해외 확장의 속도로 연결된다. 농수산식품도 지원 대상이다. 정부는 딸기·포도, 김·굴, 쌀가공식품 등을 유망 품목으로 제시하며 주요국에 공동물류센터와 콜드체인을 확대하고, 통관·검역 등 비관세장벽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대외 소통 채널도 병행된다. 정부는 무역업계를 대변하는 대미 ‘릴레이 경제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고, 이달 대한상공회의소, 다음 달 한국경제인협회, 5월 코트라가 순차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관세 이슈가 외교·안보 논의와 분리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대외 리스크 관리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관세 대응이 숫자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시장 선택과 공급망 전략까지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발표의 함의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