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긴박하게 흐르는 가운데 국방부가 방위태세 강화 방안을 공식화했다. 국방부는 11월 18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약 2년 6개월간의 국방 분야 성과와 향후 국방정책 추진계획을 공개하며 “힘에 의한 평화”를 뒷받침할 국방력 고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핵심은 장병 처우 개선부터 연합 억제력 정비, 군사전략 영역의 첨단화, 그리고 방위산업 지원까지 한 번에 묶어 ‘지속 가능한 대비태세’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전제로 24시간 감시와 즉응 체계를 강조했고, 동시에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병력자원 감소를 ‘AI 기반 무인전투체계’로 보완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발표는 ‘무엇을 늘릴 것인가’만이 아니라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훈련의 방식, 획득 절차, 인력 운영의 체계를 손보겠다는 메시지가 연이어 나오면서, 이번 발표는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국가안보 운영방식 재정렬로 읽힌다.
국방부 방위태세 강화 발표의 핵심, 장병 처우와 복무 여건 변화
국방부는 ‘군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문제로 장병 복무 여건을 먼저 꺼냈다. 병 봉급과 자산형성 지원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초급 간부의 이탈과 지원율 저하를 막기 위한 경제적 보상책을 병행하겠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초급간부 기본급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계부대 간부의 시간외근무수당 상한을 월 57시간에서 100시간으로 확대해 GP·GOP, 함정, 방공 등 상시 긴장 임무에 대한 보상 체계를 손봤다. 당직근무비는 평일 1만원·휴일 2만원 수준에서 평일 2만원·휴일 4만원으로 단계적 상향이 진행 중이고, 1995년 이후 장기간 묶여 있던 간부 주택수당도 월 8만원에서 16만원으로 올렸다.
현장 지휘의 ‘체감도’를 높이려는 조치도 포함됐다. 소대장이 병사 사기 진작 등에 활용하는 지휘활동비를 병사 1인당 월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복지 확대로 끝나지 않고, 결국 전투준비태세의 유지 비용을 제도권 안에서 정산하겠다는 신호로 이어진다.

병영 생활의 ‘표준’을 바꾸는 식·주 개선
급식과 주거는 ‘일상’이지만, 전력 유지의 기반이기도 하다. 국방부는 장병 선호에 따라 메뉴를 구성할 수 있도록 기존의 의무급식 틀을 폐지한 뒤, 민간 활용 확대와 뷔페식 급식 시범사업을 통해 맞춤형 급식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주거 측면에선 간부숙소 면적을 18㎡에서 24㎡로 넓히고 2026년까지 추가 건립을 통해 1인 1실 기준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병영생활관은 생활면적을 1인당 6.3㎡에서 10.78㎡로 늘리고, 8~10인실 중심에서 화장실·샤워시설을 포함한 2~4인실로 전환하는 방향을 잡았다. 결국 ‘사람을 남게 하는 군’이 방위태세의 출발점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연합 억제력과 군사훈련 재정비, 핵·미사일 대응 군사전략의 재설계
국방부 발표의 또 다른 축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억제력 강화다. 국방부는 한국형 3축체계 고도화를 통해 탐지·결심·타격·방어의 순환을 끊김 없이 이어가겠다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킬체인 측면에서는 SLBM 탑재가 가능한 3000톤급 잠수함(장보고-Ⅲ BatchⅠ) 전력화를 완료해 은밀 타격 역량을 높였다고 밝혔다. 갱도화 표적을 겨냥한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전력화도 거론됐다. 미사일방어에서는 L-SAM 개발과 천궁-II 사업, 정조대왕함급 이지스구축함 전력화를 통해 복합·다층 방어능력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군 정찰위성 1·2호기를 통해 독자적 우주감시정찰 역량을 확보했다고 평가했고,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양산 착수 등 ISR 자산 확충을 통해 도발 징후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시가 곧 억제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이 대목은 향후 군사전략의 무게중심이 ‘시간 단축’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 확장억제 체계와 훈련 방식의 변화
동맹 차원에선 워싱턴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운영, 그리고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지침’ 공동지침 완성을 통해 확장억제의 틀을 다졌다는 점이 강조됐다. 국방부는 정보 공유부터 협의, 공동기획과 시행까지 이어지는 ‘일체형 확장억제’ 기반을 통해 북한의 핵·WMD 위협 억제 여건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훈련 체계도 손질됐다. 2017년 이후 분리 시행되던 정부의 을지연습과 군사연습은 2022년부터 통합 시행으로 전환됐고, 2019년 이후 중단됐던 여단급 이상 대규모 연합 야외기동훈련도 재개됐다. 관련 흐름은 서울과 워싱턴의 연합 군사훈련 관련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군사훈련은 ‘보여주기’가 아니라, 전시 수행체계를 현실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장치라는 점이 이번 발표에서 반복됐다.
한편 훈련 강화는 국내외에서 엇갈린 반응을 낳아왔다. 북한은 한미 훈련을 비난해 왔고, 관련 반응은 평양의 한미 군사훈련 비판 보도에서도 정리돼 있다. 국방부는 이런 공방 국면에서도 “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태세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AI 기반 무인전투체계와 방위산업 확장, 국방력 강화의 산업적 파장
인구절벽은 국방의 오래된 숙제가 됐고, 국방부는 이를 ‘AI 기반 무인전투체계 중심의 첨단과학기술군’으로 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5월부터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조기 적용 기반을 다져왔고, 관련 방위력개선 예산도 매년 2000억원 이상 투입해 왔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전년 대비 약 1000억원 늘어난 3069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획득제도에선 ‘패스트트랙’ 신설이 눈에 띈다. 성숙된 기술을 활용할 경우 3~5년 내 전력화를 목표로 절차를 간소화해, 기술 변화 속도를 전력화 속도가 따라잡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국방데이터분석센터와 국방AI센터를 만들고, 국방데이터·인공지능위원회를 신설해 부처 차원의 조정력도 확보했다.
현장 적용 사례로는 수중자율기뢰탐색체,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의 개발 완료가 거론됐다. 국방부는 GOP 경계작전에도 AI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다족형 무인로봇 도입을 예고하며, 경계 병력을 줄이면서도 생존성과 효율을 높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사람이 빠진 자리를 기계가 채우는 것이 아니라, 위험과 반복을 시스템이 흡수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설명이다.
이 흐름은 방위산업과도 직결된다. 국방부는 방산 수출 전담 기능을 신설하고 범부처 협의체 운영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수출 방식도 단품 판매를 넘어 교육훈련, 후속군수지원, 공동연구개발, 현지화 등 ‘패키지 협력’으로 넓히는 중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방산 수출은 과거 연평균 30억달러 수준에서 최근 2년 연평균 150억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협력 대상 지역도 중동·아시아 중심에서 유럽, 미주, 대양주로 확장됐고, K9·FA-50·천무뿐 아니라 K2, M-SAM II, 신궁, 레드백 장갑차 등이 대표 품목으로 언급됐다. 국방부는 KF-21, L-SAM, 잠수함, 호위함, 수리온 등도 다양한 국가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국방정책은 ‘전력’과 ‘산업’의 동시 강화라는 구조를 분명히 했고, 그 파장은 국내 공급망과 기술 생태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