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는 부인하면서도, 안보 환경에 따라 병력 배치를 손볼 수 있다고 밝혔다. 10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의 회담 중 나온 발언으로, 최근 미국 군사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미군 철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일부를 이곳저곳으로 옮길 수 있다”며 재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같은 자리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나토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 국방부가 전 세계 미군 태세를 점검하며 국방전략(NDS)을 마련 중인 만큼, 동맹과 미국의 이익에 비춰 “가장 합리적인” 배치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언의 배경에는 유럽 안보 부담을 둘러싼 방위비 분담금 논쟁과 동맹 내부의 균열 조짐이 함께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유럽 주둔 미군 부분 철수 검토 발언의 핵심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 유럽에서 미군을 “완전히 빼는” 선택지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동맹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는 표현을 피했다. 둘째, 다만 “병력이 많다”는 인식을 전제로, 특정 지역의 병력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식의 조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부분 철수라는 표현이 불러올 수 있는 ‘동맹 약화’ 프레임과, ‘기존 기지의 재배치’라는 군사 실무적 조정 사이의 경계에 놓여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는 거의 자리를 잡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함께 내놔, 대규모 구조개편보다는 선택적 이동에 무게를 두는 듯한 뉘앙스를 남겼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왔다는 과거 방식과도 맞물리며, 발언 자체가 국제 관계에 미치는 파급을 키웠다.
이어지는 쟁점은 ‘어디를 줄이고 어디를 늘릴 것인가’다. 단순한 병력 숫자의 증감이 아니라, 유럽 내 억지력과 즉응태세를 어떤 형태로 재구성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미 국방부 나토 방기 부인과 전 세계 미군 태세 점검
회담에 배석한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올리기로 한 점을 거론하며, 유럽이 1차적으로 방위를 책임질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동시에 “그렇다고 미국이 유럽에서 나토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동맹 해체로 비칠 수 있는 해석을 차단했다.
다만 그의 발언은 조건부였다. 국방부가 전 세계 미군 배치와 태세를 점검하면서 국방전략(NDS)을 수립 중이고, 그 결과에 따라 국가별 주둔 규모와 구성이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절차적 설명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전략 검토’라는 틀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유럽 각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병력이 이동하면 훈련·군수·지휘체계가 연쇄적으로 바뀌고, 이는 곧 군사 전략의 재설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럽 안보의 관점에서 가장 큰 변수는 ‘억지력의 신호’다. 재배치가 단순한 효율화인지, 아니면 미국의 우선순위 재조정인지에 따라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 행위자들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숫자보다 메시지 관리가 더 중요한 국면을 만들었다.
스페인 5% 반대 언급이 드러낸 방위비 분담금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5% 국방비 목표에 반대한 국가로 스페인을 지목하며 “하지 않을 변명이 없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더 나아가 스페인을 나토에서 퇴출해야 할지 모른다는 발언도 내놨다. 같은 회담에서 나온 이 언급은, 병력 배치 조정 논의가 단지 군사적 효율성만이 아니라 동맹 내 비용 부담 문제와 긴밀히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목에서 유럽 각국이 체감하는 리스크는 ‘예산’과 ‘안보 보장’의 연결이다. 방위비 증액 목표를 둘러싼 정치적 이견이 커질수록, 미국의 배치 조정이 압박 수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진다. 특히 유럽 내에서 나토의 결속은 군사력뿐 아니라 상호 신뢰로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 퇴출 가능성 같은 표현은 동맹 정치의 온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촉매가 된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유럽 주둔 미군의 재배치 가능성이 실제 병력 이동으로 이어질지 여부만이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과 미국 군사 정책의 우선순위, 그리고 그에 대한 유럽의 대응이 한 묶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향후 국제 관계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