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란을 둘러싼 휴전 합의 이후, 분쟁 당사국들에게 지금의 국면을 협상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거듭 촉구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이 제안한 2주간의 휴전안에 합의한 직후, 베이징은 군사 충돌의 재개가 지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을 경고하며 긴장 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외교가에서는 이 흐름이 단순한 ‘원칙론’이 아니라, 중국이 실제로 이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렛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평화와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 같은 실물 경제 의제를 전면에 올려 분쟁의 비용을 계산하게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막판 개입이 이란의 휴전 수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중국이 이란에 유연성을 보이고 긴장을 완화하라고 요청한 뒤 이란이 휴전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AP통신 역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휴전 구상에 이란이 동참하도록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AFP 인터뷰에서 중국의 관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들었다”, “그들은 관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발언과 보도는 ‘누가 휴전을 성사시켰나’라는 외교전의 서사를 넘어, 이후 협상 국면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휴전 이후 ‘협상 기회’ 활용을 촉구한 배경
중국은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대이란 공격이 국제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란에도 군사 행동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를 요구해왔다. 메시지의 결은 ‘확전 방지’에 맞춰져 있었고, 휴전 이후에는 그 논리를 ‘대화의 창이 열렸다’는 쪽으로 옮겨 붙였다. 분쟁 당사국이 서로 한 발씩 물러난 지금이야말로 협상의 실질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국의 입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화 촉구가 단순한 외교 수사로만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걸프 지역 국가들과의 소통, 러시아와의 협력 등 다층 채널을 통해 중재 동력을 만들었고, 파키스탄과도 ‘걸프·중동 지역의 평화·안정 회복’ 관련 5대 이니셔티브를 도출하며 협상 틀을 뒷받침했다. 동북아 안보 이슈에서도 주변 정세가 글로벌 외교 전선에 연결되는 만큼, 국제 현안 흐름을 함께 짚는 독자들은 북한 동해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흐름 같은 이슈와의 연동도 눈여겨보고 있다. 결국 베이징이 말하는 ‘협상 기회’는 중동만이 아니라, 주요 강대국 외교의 넓은 전장 속에서 관리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경제 지렛대
중국이 이란을 설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경제적 연결고리가 거론된다. 기사에 인용된 설명대로, 중국은 트럼프 1기 이후 고강도 제재로 압박받아온 이란의 ‘경제적 버팀목’으로 기능해왔고, 국제 제재 국면에서도 우회 경로를 통해 이란산 석유의 90%를 사들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수치는 여러 보도에서 반복 인용되며 중국의 실질적 레버리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 맥스 마이즐리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에서 수년간 받은 지원이 없었다면 이란은 이번 전쟁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의 역할을 도덕적 중재자보다 ‘거래와 생존의 파트너’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외교적 함의가 크다. 휴전 이후 협상 국면에서 이란이 선택지를 넓히려면, 결국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지까지 함께 계산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이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에너지 위기의 직접 타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분석도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가격 급등이 물가를 밀어 올려 내수 활성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는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가 곧바로 성장률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베이징이 ‘평화’ 메시지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유가 된다.
유엔 안보리와 중재 외교의 확장, 그리고 디지털 정보전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러시아와 함께, 대이란 군사행동을 승인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관련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전해졌다. 이 대목은 중국이 단지 휴전만이 아니라 전후(戰後) 질서의 문장까지 조정하려 한다는 인상을 남긴다. 외교적 언어가 실제 조치로 연결될 때, 협상 기회는 당사국의 선언이 아니라 국제기구의 절차 속에서 구체화된다.
동시에 이번 사안을 둘러싼 정보 환경도 빠르게 달아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이 관여했다”는 발언은 AFP를 통해 전해진 뒤 로이터 등 다수 매체에서 재인용되며, 짧은 문장이 국제 여론의 프레임을 좌우하는 전형적인 디지털 확산 경로를 탔다. 외교 메시지의 진정성 못지않게, 어떤 표현이 어떤 플랫폼과 통신망을 통해 증폭되는지가 ‘다음 협상’의 여론 지형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군사 훈련과 안보 담론이 온라인에서 증폭되는 방식은 다른 지역 이슈에서도 반복된다. 예컨대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담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맥락은 평양의 한미 군사훈련 비판 보도 같은 기사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중국이 강조하는 ‘협상 기회’는 전장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국제기구의 표결, 중재국의 설계, 그리고 온라인에서 형성되는 여론까지 합쳐져 다음 국면의 문을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