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한반도 정세를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비난하며, “더 철저한 자위권 행사”를 거론했다. 북한 외무성 대외정책실장은 노동신문에 실은 담화에서, 최근 이어진 미측의 전략자산 전개와 동맹국과의 연합 활동이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새해 벽두부터 이어진 ‘도발’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향후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이번 담화가 나온 시점은 한·미·일이 미국 B-1B 전략폭격기를 전개한 가운데 한반도 인근 공해상공에서 공중훈련을 실시한 직후다. 북한은 또 한·미가 진행한 제4차 핵협의그룹(NCG) 회의도 거론하면서, 이런 흐름이 지역 안보 환경을 악화시킨다고 맞섰다. 동시에 북한 관영매체는 미국의 국방예산 증액을 문제 삼으며 군비 경쟁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고, 자국의 국방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덧붙였다.
북한 외무성 담화 “미국의 군사적 도발이 불안정 키운다”
노동신문에 공개된 외무성 대외정책실장 담화는 “극도로 첨예화된” 한반도 상황에 “새로운 불안정 요인”을 더하는 주체로 미국과 동맹국들을 지목했다.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미국이 동맹을 동원해 군사 활동을 확대하는 한, 북한도 더 강한 억제력과 대응 태세를 갖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담화는 특히 최근 한·미·일 공중훈련과 한·미 NCG 회의를 직접 언급했다. 북한은 이를 ‘정치·군사적 도발’로 규정하며 무력 충돌의 위험을 자극하고 지역의 안정성을 해치는 근원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반복해온 논리이지만, 새해 초부터 메시지 강도를 끌어올린 점은 주목된다. 긴장이 고조될수록 외교적 선택지보다 군사적 신호가 전면에 나서는 구조가 굳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외 매체들은 한·미 군사 활동과 북한의 반발을 ‘행동 대 행동’의 프레임으로 엮어 전달하고 있다. 관련 흐름은 평양의 한미 군사훈련 비판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한미일 공중훈련과 NCG가 던진 신호, 한반도 안보의 파장
한·미·일이 B-1B를 동반해 공중훈련을 실시한 것은, 확장억제 공약을 가시화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략폭격기 전개는 위기 시 미측의 대응 능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온 카드 중 하나다.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해당 훈련을 콕 집어 거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NCG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한·미는 핵과 재래식 전력을 결합한 억제·대응 체계를 구체화하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 북한은 이를 체제 위협으로 규정한다. 이런 충돌은 군사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항공·해운 보험료, 글로벌 투자 심리까지 흔드는 ‘지정학 변수’로 작동하며, 디지털 경제에서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위기 국면이 반복될수록 정부와 기업의 사이버 안보 태세 강화가 동반되는 이유다.
서울의 정책 당국자들은 연합훈련이 방어적 성격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고, 북한은 이를 침략 연습으로 규정한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경고 메시지’가 ‘추가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군사적 신호가 과잉 해석되는 순간, 통제 비용은 급격히 커진다는 점이 문제다.
미 국방예산 증액 비판까지 확대한 북한, 평화협상과 국제관계의 갈림길
북한의 메시지는 군사 행동에만 머물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별도 논평에서 미국이 “역사상 최악의 채무 위기 속에서도” 군사 분야에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방예산 증액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증가한 군비가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충돌 위험을 더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목은 북한이 군사적 대응을 ‘피해자 프레임’과 결합해 정당화하려는 전형적 방식이다. 담화가 “보다 압도적인 전쟁 억제력”을 언급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북한은 지난달 23~2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천명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발언은 그 연장선에서 대외 메시지를 정리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수사가 평화협상의 공간을 넓히기보다, 조건을 더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긴장이 높아질수록 협상 재개의 명분은 쌓이지만, 동시에 상호 불신도 깊어진다. 실제로 국제무대에서는 지역 분쟁과 대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며, 주요국의 외교 역량이 분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국제 환경은 국제관계의 압력을 키워,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조정과 중재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 관련 국제 정세 흐름은 워싱턴과 테헤란 중재 관련 보도처럼,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외교전과도 맞물린다.
결국 관건은 군사적 신호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묶어두면서, 대화의 채널을 어떻게 복원하느냐다. ‘압박의 연쇄’가 이어질수록 한반도 군사적 긴장은 구조화되고, 작은 사건도 큰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