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강화된 규제 흐름을 전제로 전략 조정에 나섰다. 최근 카카오는 2024년 활동을 정리한 ESG 보고서 ‘2024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을 공개하며, 기술 신뢰와 지배구조, 환경 대응을 핵심 축으로 전면에 세웠다. 플랫폼 기업을 둘러싼 규제 논의가 국내외에서 동시다발로 이어지는 가운데, 카카오가 ‘성장’만큼이나 ‘통제’와 ‘설명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재정렬한 셈이다.
보고서에는 인공지능 확산 국면에서의 책임 있는 기술 운영, 내부 통제 강화, 탄소중립 목표 이행, 소상공인 상생 등 카카오의 주요 사업 단위가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지가 담겼다. 특히 AI 윤리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제도화하고, 독립기구를 통한 준법 점검과 내부 제보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대목은,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규제 준수 능력’이 기업 가치의 일부가 된 현실을 반영한다.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규제 전선의 변화도 주시할 만하다. 예컨대 유럽의 플랫폼·광고 규제 논의는 디지털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관련 흐름은 유럽 규제와 플랫폼 광고 이슈처럼 국내 플랫폼에도 간접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 ESG 보고서가 드러낸 규제 대응형 전략 조정
카카오는 25일, 2024년 한 해의 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담은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자료는 단순 성과 나열을 넘어, 규제 환경을 고려한 ‘리스크 관리형 운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용자 보호, 개인정보보호·정보보안, 기후변화 대응처럼 규제기관과 투자자가 동시에 보는 이슈를 중대 과제로 분류하고, 대응 전략을 공개한 점이 핵심이다.
보고서는 국제지속가능성보고기준(ISSB)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려 했다는 점도 명시했다. 공시 기준이 고도화될수록 ‘무엇을 했는가’뿐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측정했는가’가 중요한데, 카카오는 그룹 차원의 ESG 추진 체계와 성과를 별도 섹션으로 구성해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규제 강화 국면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 전략이 ‘투명성’이라는 점을 겨냥한 구성으로 읽힌다.

AI 안전 체계로 기술 혁신과 책임을 함께 묶다
카카오는 2024년 AI 개발·운영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식별하고 관리하기 위한 ‘Kakao AI Safety Initiative’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가 서비스 전반에 확산되면서, 품질 문제뿐 아니라 편향, 프라이버시, 보안, 저작권 등 다층 리스크가 기업의 법적 부담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같은 흐름에서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의 기술 윤리 활동을 정리한 ‘2024 그룹 기술윤리 보고서’도 별도로 공개했다. 기업이 ‘혁신’을 말할 때, 이제는 결과물만이 아니라 운영 원칙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다. 카카오가 기술 윤리 문서를 분리 발간한 선택은, 규제기관과 이용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 체계를 쌓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이 지점은 글로벌 빅테크의 컴플라이언스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예컨대 국제 규제와 기업의 준법 전략을 다룬 메타의 국제 규제 컴플라이언스 사례처럼, 기술 기업은 이제 제품 전략과 준법 체계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결국 ‘규제’가 기술 로드맵의 외부 변수에서 내부 설계 요소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준법과신뢰위원회와 내부 통제로 거버넌스 강화
카카오는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공정거래 자율준수 공동서약, 중장기 주주환원정책 수립 등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플랫폼 기업을 둘러싼 공정거래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법·제도 변화에 뒤따라가기보다 선제적으로 기준을 맞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는 계열사의 준법 시스템 개선과 교육을 지원하는 독립기구로 소개됐다. 내부 제보 시스템을 함께 운영해 위반 사항에 신속하고 공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도 했다. 규제 기관의 조사나 사후 제재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통제와 감시가 작동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된 현실을 반영한다.
경영진 차원의 조치도 함께 제시됐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임원 윤리강령 제정 등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용자 신뢰가 곧 플랫폼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장에서, 거버넌스는 비용이 아니라 방어선이 되는 국면이다. 이런 구조가 굳어질수록 ‘전략 조정’의 범위는 서비스 기획을 넘어 조직 운영 전반으로 넓어진다.
환경 목표와 상생 사업으로 시장 경쟁의 조건을 바꾸다
환경 분야에서는 2040년 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한 ‘액티브 그린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실천 노력을 담았다. 카카오는 제주 오피스와 판교 아지트에 이어 2024년 데이터센터 안산이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경제의 필수 인프라인 동시에 에너지 집약 산업이기도 하다. 인증 획득은 운영 효율과 리스크 관리를 외부 기준으로 검증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재생에너지 조달량도 전년 대비 2.7배 확대했다고 밝혔다. 전력 조달 구조가 기업의 탄소 발자국을 좌우하는 만큼,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IT 기업의 경쟁은 ‘서비스 기능’뿐 아니라 ‘인프라 운영 방식’에서도 갈린다. 실제로 투자자와 기관 고객은 탄소 공시와 에너지 사용 지표를 계약 조건에 포함하는 흐름을 강화해 왔다.
상생 분야에서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단골’이 2022~2024년 약 2,800명의 상인에게 교육과 톡채널 개설을 지원했고, 약 73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고 정리했다. 이 활동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주관한 ‘2024년 대한민국 동반성장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규제 논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상생 성과를 수치로 제시하는 방식은 ‘정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카카오가 내세운 환경·상생 지표는 ESG 보고서의 부록이 아니라, 규제 강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시장 경쟁의 룰이 바뀌는 시기에, 기업은 혁신을 증명하는 방법까지 함께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가 그 안에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