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관련 CLARITY Act 법안은 미 의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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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룰북’을 만들겠다는 CLARITY법안이 여전히 법안계류 상태다. 지난해 7월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으로 넘어갔지만, 스테이블코인 보상·이자 지급을 둘러싼 업계와 은행권의 이해 충돌, 그리고 워싱턴의 우선 처리 과제들이 겹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10월 연방정부의 장기 셧다운(43일)로 한 차례 제동이 걸린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업계 내부 이견까지 겹치며 법적절차의 다음 단계인 상원 은행위원회 ‘마크업’ 문턱에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4월이 사실상 분수령이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위원회 문을 제때 통과하지 못하면,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입법 동력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CLARITY법안 상원 계류가 길어진 배경과 4월 시한론

CLARITY법안은 디지털자산을 어떤 기준으로 증권과 상품에 가깝게 분류할지, 그에 따라 SECCFTC 중 누가 감독할지 등 시장 구조 전반의 규제 틀을 정하는 포괄 법안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시장 구조 규칙’을 제도화한다는 점에서,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뿐 아니라 글로벌 거래·상장·커스터디 관행에도 파급이 예상된다.

일정은 촘촘해졌다. 갤럭시디지털 리서치 총괄 알렉스 손(Alex Thorn)은 3월 14일 X를 통해 “4월 말까지 상원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연도 내) 통과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취지로 전망했다. 상원 본회의로 올리려면 최소 5월 초에는 추진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여기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존 튠(John Thune)이 ‘SAVE America Act’ 등 다른 의제의 우선 처리를 시사하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논의가 4월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결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마크업을 언제 여느냐가, 법안이 ‘계속 논의 중’에서 ‘표결 가능한 단계’로 넘어가는 첫 관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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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보상 논쟁과 코인베이스 변수, 백악관 중재까지

상원 논의의 가장 민감한 쟁점은 스테이블코인에 붙는 ‘수익’이다. 전통 은행권은 발행사가 이용자에게 이자성 혜택을 제공하면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가는 ‘예금 유출’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계해왔다. 반면 업계는 결제·정산·이용 촉진을 위해 일정한 보상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갈등은 올해 1월에도 입법 속도를 늦췄다. 이후 2월 백악관이 업계와 은행권 회동을 주재하며 중재에 나섰고,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보유(지갑 보관 등)했을 때 지급되는 이자는 금지하되 거래 활동 등에 따른 보상은 일부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전언이 나왔다. 이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상원 은행위원회가 3월 20일(현지시간) 초당적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3월 25일 무렵, 미국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로 꼽히는 코인베이스가 해당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보였다는 보도가 나오며 다시 긴장감이 번졌다. 코인베이스는 업계 정치자금 조직인 ‘페어쉐이크(Fairshake)’의 주요 후원자로도 거론돼, 업계의 결집 여부가 법안 동력과 직결된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최근 시장의 시선이 미국 암호화폐 규제 재검토 흐름와 맞물려 움직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초당적 합의 이후에도 업계·은행권의 ‘최종 검토’가 남아 있고, 그 다음 단계가 바로 위원회 마크업이다. 문구 수정과 표결을 통해 위원회안을 확정하는 법적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돼야 본회의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부활절 휴회(상원 10일까지 휴회 예정) 전후가 사실상 협상 시간표의 핵심 구간으로 꼽힌다.

본회의 60표 장벽과 시장 파급, 블록체인 산업의 자산보호 과제

위원회 통과가 끝이 아니다. 상원 본회의에서는 필리버스터 관행 탓에 통상 60표가 필요하다. 현재 상원 구도(공화 53, 민주 45, 무소속 2명으로 무소속은 민주 성향으로 분류)에 비춰보면, 공화당 전원이 찬성하더라도 최소 7명의 민주당계 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 캐튼머친로젠먼(Cadwalader, Wickersham & Taft) 변호사로 소개된 개리 드왈(Gary DeWaal)은 “이론적으로는 규칙 해석 변경 등으로 60표 장벽을 우회하는 ‘핵옵션’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런 법안에 적용된 전례가 뚜렷하지 않아 결국 민주당 협조가 관건”이라는 취지로 최근 언급했다. 정치적 대립이 격화될수록 디지털 자산 이슈가 타협의 장으로 올라서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따라온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CLARITY법안은 블록체인 기반 사업자, 거래소, 발행사, 커스터디 기업들이 어떤 규칙 아래에서 영업하고 이용자를 자산보호할지의 기준을 좌우할 수 있다. 규칙이 확정되면 상품·증권 분류에 따라 공시, 영업행위, 리스크 관리 의무가 달라지고, 그에 맞춰 금융기술 기업들의 서비스 설계도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 TD 코웬(TD Cowen)은 보고서에서 포괄적인 시장 구조 법안이 정치적 교착에 빠질 경우 실제 시행이 2029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법안 통과가 장기 횡보 중인 시장에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유지된다. 다만 그 기대는 입법 절차가 실제로 움직일 때만 현실이 된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 반등 같은 키워드가 반복될수록, 제도화가 ‘재료’로 과대 해석되는 국면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두 갈래다. 첫째, 부활절 휴회 이후 상원 은행위원회가 마크업을 열어 위원회안을 확정할 수 있는지, 둘째, 본회의 60표 장벽을 넘기 위한 초당적 연대가 실제로 가능한지다. 이 두 문턱을 넘지 못하면, CLARITY법안은 이름 그대로 ‘명확성(clarity)’을 약속하면서도 미국의회에 더 오래 계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