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기술 분야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 정책 프레임워크를 공개했다. 오세훈 시장이 ‘규제철폐’를 2025년 시정 화두로 내건 뒤, 1월부터 불필요한 규제 138건을 정비한 흐름을 제도화한 후속 조치다. 시는 단발성 정비에 그치지 않고, 민원과 현장 수요를 상시로 흡수해 규제를 손질하는 ‘365일 체계’를 내세웠다. 빠르게 확산하는 AI, 로봇, 핀테크, 스마트모빌리티 등 산업 전반에서 규제가 기술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서울시는 시민 참여와 데이터 기반 분석, 전문가 심사를 결합한 운영 방식을 전면에 세웠다.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가 모호하면 투자와 실증이 늦어진다는 현장의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시는 이번 틀을 통해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절차를 줄이는 동시에, 공공안전과 소비자 보호 같은 핵심 원칙은 놓치지 않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규제혁신 365 프로젝트 발표와 신기술 규제 정책 프레임워크의 골격
서울시는 2025년 8월 20일 ‘경제는 살고 민생은 회복되는 규제혁신도시 서울’을 목표로 규제혁신 365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신산업과 민생 분야에 적용할 실행 틀을 함께 제시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국장급 전담 조직인 규제혁신기획관을 출범시킨 뒤 50일 만에 내놓은 계획이라는 점에서, 행정 드라이브의 강도도 강조됐다.
이번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행정이 정한 기간에만 규제를 정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중 상시 발굴과 심사를 반복하는 구조다. 시는 시민 불편과 기업 활동의 병목을 ‘찾아내는 단계’부터 ‘개선 이후의 이행 점검’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겠다고 밝혔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선언이 현장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던 과거의 한계를, 프로세스 중심으로 보완하겠다는 접근이다.

민원 데이터와 상시 참여를 결합한 규제 발굴 방식
서울시는 시민과 직능단체가 직접 참여하는 ‘상시 규제 발굴 시스템’을 전면에 세웠다. 2025년 9월부터 시민 200명 규모의 규제발굴단을 운영해, 일상에서 겪는 불합리한 규정과 절차를 시민참여플랫폼 상상대로서울에 수시로 제안하도록 설계했다. 접수된 제안은 관련 부서와 전문가가 신속 검토해 실현 가능한 안건부터 정책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현장 조직과의 연결도 강화된다. 대한건축사협회, 소상공인 연합회 등 200여 개 직능단체와 정기 간담회를 열고, 상시 소통 창구로 ‘직능단체 규제혁신 핫라인’ 개설을 예고했다. 규제가 특히 촘촘한 건축·인허가 영역에서 “기준은 있는데 해석이 제각각”이라는 불만이 반복된다는 점을, 협회 단위의 의견 수렴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또 하나의 축은 데이터다. 120다산콜센터와 서울시 응답소에 반복 접수된 민원을 분석해, ‘처리지연’ ‘모호한 지침’ ‘불명확한 규정’ ‘과도한 심사’ 같은 유형으로 분류한 뒤 선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어떤 막힘이 누적되는지부터 먼저 드러내겠다는 점이 특징이다.
3단계 심사 체계와 통합 관리로 ‘체감도’ 중심의 규제 정비
서울시는 발굴된 과제가 곧바로 정책이 되지 못하고 부서 간 조율에서 멈추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3단계 심사 절차를 명확히 했다. 흐름은 ‘규제 선정 및 구체화’ 이후 ‘부서 검토와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전문가 심사’로 이어진다. 시는 이 과정을 통해 시민이 체감하는 불편이 큰 과제부터 우선 정비하겠다는 원칙을 내걸었다.
1단계에서는 규제혁신기획관과 서울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시급성·중요도·파급력을 따져 안건을 구체화한다. 2단계에서는 소관 부서와 이해관계자 협의가 이뤄지며, 여러 부서가 얽힌 사안은 ‘규제 안건 TF’와 갈등 영향 분석으로 조율한다. 규제의 명분과 현실의 비용이 충돌할 때, 절차적 설득 과정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다.
전문가 심사단 운영과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이행 점검
3단계인 전문가 심사에서는 2025년 7월 1일 위촉된 규제총괄관을 단장으로, 문화경제·도시계획·건설·안전·교통·복지·환경 등 4개 분과의 전문가 규제 자문심사단(분과당 10명 내외)이 개선안을 검토한다. 기술과 생활 규제가 맞물린 사안일수록, 법·행정 논리만으로는 판단이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구성이다.
사후관리도 프로젝트의 중심으로 배치됐다. 서울시는 발굴부터 개선·폐지까지 전 과정을 한데 묶는 규제관리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유사·중복 규제의 생성을 막고 이행률을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추진 완료 과제는 시 누리집을 통해 공개해, “정비했다고 했는데 어디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는 시민들의 불신을 줄이려는 장치로 해석된다.
정책 효과 분석도 연 1회 실시해 사회·경제적 비용과 편익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시민과 직능단체와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규제 정비가 ‘감(感)’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행정 성과로 축적될지 여부가 다음 관문이 될 전망이다.
서울형 민생 규제 샌드박스와 조례 개편으로 정책 지속성 강화
서울시가 내건 프레임워크의 또 다른 축은 제도 기반이다. 시는 신산업과 민생경제 분야에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서울형 민생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예고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규제샌드박스가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맞물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실증과 특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정부 정책과의 정합성을 염두에 둔 설계로 읽힌다.
제도 지속성을 위해 조례도 손질한다. 기존 「규제개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서울특별시 규제개혁 기본조례」로 확대·개편해, 규제의 개념과 샌드박스 근거, 전문가 심사단 운영 등 핵심 내용을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제도적 근거가 약하면 담당자 교체나 조직 개편 때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법 체계에 고정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아울러 시는 ‘서울형 규제혁신 체크리스트’ 개발을 통해 규제 존치 필요성, 비용 대비 효과, 행정 집행 부담 등을 사전에 평가하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왜 이 규정은 남고, 왜 저 규정은 없어졌는가”라는 질문에, 판단 기준을 공개된 문서로 남기려는 시도다.
오세훈 시장은 낡고 경직된 규제가 시민 일상을 불편하게 하고 기업의 도전을 막아 서울의 미래를 제약할 수 있다고 밝히며, 규제혁신을 “경제를 살리고 시민의 삶을 챙기는 길”로 규정했다. 관건은 프레임워크가 실제 현장 인허가, 실증, 서비스 출시 속도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지다. 서울시는 다음 단계로 자치구, 시의회, 타 시도와의 협력 체계를 통해 법령 개정 건의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규제 논의의 무대를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