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간학자 윤태경의 '미래와 인간'] ㉔신을 믿는 과학자, 안 믿는 과학자
[미래인간학자 윤태경의 '미래와 인간'] ㉔신을 믿는 과학자, 안 믿는 과학자
  • 윤태경 고문
  • 승인 2020.09.23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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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미래인간학자
윤태경 미래인간학자

 

<KBS 파노라마 제작팀의 도전적 발제>

신, 그런 거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다는 분들도 많다.

신이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때? 하는 분들 또한 많다.

사는 것도 힘들고 머리 아픈데 뭐 때문에 그런 데까지 신경 쓰나?

‘절에 안 가고 교회나 성당 그런데 안 나가도 잘만 살더라’ 하시는 분들도 많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은 신이나 영, 종교 이런 추상적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자신의 이성으로 사는 존재지 그런 것에 기대는 사람들은 의지가 부족하거나 뭔가 기대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런 분들은 육신이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는 인식도 강하게 가지는 경향이 있다. 한 번뿐인 인생, 열심히 귀하게 행복하게 잘 살다 가는 것이 좋은 것이지, 인생이 뭐 별거냐? 라고····.

과학자들도 의견이 갈라진다. 여기서는 신을 직접 체험했다고 주장하는 뇌신경과학자 한 사람과 신도, 천국도, 부활도 모두 증거가 없으므로 신을 부정하는 과학자 한 사람의 의견을 소개하고자 한다. 몇 년 전 KBS 파노라마 제작팀에서는 ‘뇌 신을 훔치다’라는 도발적인 프로그램을 방영한 바 있다. 같은 제목으로 출간도 했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까?’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flickr
출처: flickr

<이븐 알렉산더 박사의 주장>

제작팀은 뇌 신경 과학자이자 임사체험을 경험한 미국의 ‘이븐 알렉산더’ 박사를 신을 믿는 과학자로, 미국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 박사를 신을 믿지 않는 과학자로 소개하고 있다. ‘뇌 신을 훔치다’에 소개된 두 사람의 주장을 살펴보자.

앞서 여러 번 설명한 바 있지만 이븐 알렉산더 박사는 하버드 의대 신경외과 교수 출신으로 2008년 임사체험을 직접 경험한 현직 뇌 신경 전문의사였다. 박테리아성 뇌막염으로 7일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극적으로 깨어났다. 7일간 뇌사상태에서 육신을 벗어나 천국을 다녀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가 말하는 천국 이상의 천국을 경험하고 왔다는 것이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1.2편을 집필하고, 지금은 임사체험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전 세계인에게 전파하기 위해 병원 의사 일도 그만둔 사람이다. 알렉산더 박사는 자신의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에서도 의식이 작동하는 것을 직접 체험한 사람이다. 이 경험 전에는 기계론적 뇌 기능의 신봉자였다. 의식은 인간의 두뇌가 만들고 뇌가 작동을 멈추면 의식도 당연히 멈춘다고 생각했다. 환자들이 임사체험을 호소하면, 환상이라고 일축해왔던 사람이다.

이븐 알렉산더 박사의 저서 ‘나는 천국을 보았다’ 1.2편
이븐 알렉산더 박사의 저서 ‘나는 천국을 보았다’ 1.2편

<마이클 셔머 박사의 주장>

KBS <신의 뇌> 제작진의 '뇌, 신을 훔치다'에 소개된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 박사의 견해다. 무신론자인 마이클 박사는 1992년부터 스켑틱(Skeptic) 과학저널 발행인으로 활약했다. 젊은 시절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 계열 대학교에 진학한 사람이다. 대학원 시절, 과학자 접촉 후 무신론자가 되었다고 한다. 마이클 셔머 박사는 신앙이란 ‘증거가 없는 것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나사렛 예수가 죽고 부활했다는 얘기는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한다. 자신이 신앙을 포기한 이유로 신도, 천국도, 부활도 모두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 밝힌다.

그는 1) 증거 없는 종교보다 증거가 있는, 증거를 토대로 하는 과학을 선호하며, 2) 악의 문제와 관련해 신이 선하고 막강한 존재라면 왜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라고 자문하면서 다음과 같이 자답한다.

 - 하나님이 막강한 존재가 아니라서 악을 막을 능력이 안 되거나

 - 선한 분이 아니라 악하고 심술 궂은 존재이거나

 - 애초부터 하나님 같은 것은 없고, 그냥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초월적 세계 경험은 개인적 체험일 뿐 과학적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종교는 증거가 없어도 믿지만, 과학은 증거를 토대로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좌측은 마이클 셔머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우측은 그의 대표작 ‘천국의 발명’이다. ☞ 천국은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만든 최초의 발명품이라는 주장
좌측은 마이클 셔머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우측은 그의 대표작 ‘천국의 발명’이다. ☞ 천국은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만든 최초의 발명품이라는 주장

그는 이븐 알렉산더 박사의 임사체험도 진짜 죽음이 아닌 죽음에 근접한 체험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어 낸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세상에 여러 명의 신과 여러 종교가 존재한다는 것이 인간이 신을 만들어 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문화권에 따라 믿는 신이 달라지는 것도 인간이 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것들이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신에 대한 믿음이 뇌와 문화에 의해 달라지는 증거는 된다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 NO BRAIN, NO GOD (뇌가 없으면 신도 없다) >1) 이다.

<유일신의 신만을 신으로 전제하고 있다>

마이클 셔머 박사의 회의적 시각은 증거 부재에 기인하고 있다. 마이클 셔머 박사의 의문은 ‘신을 설명하려면, 설명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천국이 인간의 머릿속에 쉽게 이해될만한 ‘가시적인, 아니면 추상적이라도 이해 가능한 ‘특정한 물리적 공간’이라는 3차원적 시각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또한, 그는 본인이 말하는 신은 종교에서 말하는 ’유일신’을 말하는 것으로 깊이 각인된 지식을 갖고 있다. 본인이 말하려는 신이 그런 것이니 신이 여러 개이거나 여러 종교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의 다수를 말하는 것이니, 신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라 확신하는 것이다. 도킨스 박사의 무신론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다. 여기서 대중종교의 태동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일신교와 다신교의 생성 과정을 알아보면 신과 관련된 개념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된다.

종교에는 유일신을 숭배하는 일신교도 있고, 여러 신을 숭배하는 다신교도 있다.

마이클 셔머 박사가 한때 믿었다는 기독교를 비롯해 유대교, 이슬람교는 유일신을 숭배한다. 반면 힌두교와 불교는 다신교다. 유일신을 믿는 세 종교는 사막의 중동지역에서 태동했다. 여러 신을 믿는 힌두교와 불교는 온난다습한 인도에서 발생했다. 사막은 자연환경이 척박한 관계로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집단으로 움직여야 굶어 죽지 않는다. 삭막한 자연환경이 유일신 태동의 기반이 되었다. 유일신을 믿는 종교는 사막종교라는 말도 이래서 생겨났다고 한다. 여러 신을 믿는 힌두교와 불교는 온난다습한 좋은 자연환경이었다. 몇 사람만 모여 살아도 생존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래서 집단마다 믿는 신이 달랐고, 다신교 발달의 토양이 됐다.

마이클 셔머 박사는 유일신을 바탕으로 한 기성종교가 완벽하다는 것을 전제로 얘기를 전개하고 있다. 유일신을 믿는 세 종교는 모두 아브라함의 자손들이다. 같은 뿌리임에도 각자의 유일신을 신봉하면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특정 종교가 완벽했다면 나머지 종교들은 벌써 그 종교로 통합되어 하나의 종교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현 기성종교는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다. 기성종교는 완전한 상태에 놓인 것이 아니라 완전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바퀴의 살이 중심을 향해 각자 달려가듯, 기성 종교들을, ‘중심을 향해 뻗어가는 바퀴의 살’로 본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무신론자 대부분은 마이클 셔머 박사와 같은 견해라고 추정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름대로 고민해봤다고 하더라도 마이클 셔머 박사가 고민했던 내용, 수준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여서다. 머리와 이성, 논리적 추론으로는 이해가 안 가니, ‘신은 인간이 만든 것’으로 빠져 버리는 것이 지적으로 노동을 추가하지 않는 도피구 기능을 한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만든 것은 신이 아니라, ‘신의 명칭’이다>

마이클 셔머 박사는 문화권에 따라 믿는 신이 달라지므로 인간이 신을 만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생각은 단견이다. 각 문화권 사람마다 느끼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에 대해 그들만의 용어로 이름 붙이고 숭상해왔기 때문에 신이 달라지는 것일 뿐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인간이 하나님(하느님)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하나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무어라고 부르던 하나님으로 추앙받을만한 궁극적 존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인간이 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신에 대한 다양한 명칭을 인간이 만든 것이다. 인간이 문화권마다 어떤 명칭을 붙인다 해도 인간이 느끼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은 변함이 없다. 그들의 문화권에서 그들끼리 통용될 수 있도록 이름 붙여진 것에 불과한 것에 대해 인위적으로 신을 만들었다고 호도해선 안 될 것이다. 홍길동이란 이름을 왜 홍길동으로 지었느냐? 홍나라로 지어도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시비 걸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떤 속성을 가진 ‘A’를 홍길동이라 부른다고 해서, 홍나라라고 부른다고 해서, 이름이 다르다고 해서 그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마이클 셔머 박사처럼 만약 신이 부재하다면, 종교적 행위를 이어온 수많은 인류 지성은 수천 년 동안 실체도 없는 허깨비와 허상을 추구해온 바보들이라는 얘기와 같다. 지금도 기성 대중종교, 각종 구도적 영성 행위들을 통해 평화와 안식을 찾는 영적 지도자와 신앙인들 또한 무식한 바보 천치라는 말과도 같은 것이다.


1) KBS 파노라마 <신의 뇌> 제작진, 뇌 신을 훔치다, 인물과 사상사. 2015, 84~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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