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간학자 윤태경의 '미래와 인간'] ⑳영혼의 무게를 잰 과학자
[미래인간학자 윤태경의 '미래와 인간'] ⑳영혼의 무게를 잰 과학자
  • 윤태경 고문
  • 승인 2020.09.15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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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미래인간학자
윤태경 미래인간학자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고요?>

앞서 유물론의 입장에서 영혼은 없다는 관점을 살펴봤다. 그런데 같은 유물론의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번에는 영혼의 실제 무게를 측정하려 한 과학자가 100년 전 미국에서 나왔다.

그 주인공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외과 의사 던컨 맥두걸(Duncan MacDougall. 1866~1920) 박사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맥두걸은 영혼의 존재를 믿었다. 그는 과학자이기도 했으므로 영혼이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영혼의 무게를 측정한 던컨 맥두걸(Duncan MacDougall) 박사. 유튜브 캡처
영혼의 무게를 측정한 던컨 맥두걸(Duncan MacDougall) 박사. 유튜브 캡처

맥두걸 박사는 ‘인간의 영혼도 하나의 물질이기에 사람이 죽은 뒤 영혼이 육체를 떠난다면 영혼의 물리적 측정도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했다. 그가 영혼의 무게를 쟀다는 내용이 1907년 3월 11일 뉴욕타임스에 보도가 됐다. 미국 의학(American Medicine) 1907년 4월호에도 실렸다. 그는 인간의 영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이 죽는 순간 무게의 변화를 측정하고자 했다.

실험 대상은 폐병 요양원에서 결핵으로 죽어가는 6명의 환자였다.

정밀한 저울을 장착한 침대를 만들어 임종 직전 환자 6명의 몸무게를 4시간가량 측정했다. 임종 후 6명의 몸무게에서 21g 차이가 났음을 밝혀냈다. 맥두걸 박사는 “이 21g이 영혼의 무게”라고 주장했다. “환자의 몸에 인위적으로 숨을 불어 넣어봐도 사라진 21g이 다시 회복하지 않았다”라면서, “이것이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맥두걸 박사는 “개 15마리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해봤지만, 개의 몸무게는 변화가 없었다”라면서 “개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실험 결과에 대해선 실험 표본도 작고, 실험 결과도 들쑥날쑥하기에 신뢰하기 힘들다는 비판도 많았다. 수분과 공기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생긴 무게 차이에 불과한 것이라는 반론도 제시됐다.

2003년도엔 이런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21그램’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숀 펜과 나오미 왓츠가 주연한 이 영화는 인간의 삶과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다뤘다. 초콜릿 바 하나의 무게인 ‘21g’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구원 문제를 다룬 영화다.

100년이 지난 2007년에는 스웨덴의 룬데 박사팀이 정밀 컴퓨터 제어장치로 맥두걸 실험의 진위를 재검증해 보았다. 그 결과 임종 시 일어나는 체중 변동이 정확히 21.26214g이었다고 한다.1)

영혼은 비물질적인 것으로 물리적, 물질적 속성인 무게를 가질 리가 없다.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려 한 것은 반영혼주의에 매몰된 서양의 물리주의, 물질주의, 과학 환원주의 영향이 크다. 일부 기독교인과 성직자는 맥두걸의 실험을 두고 ‘영혼이 실제로 존재한다’라는 기독교의 영혼론을 증명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영혼도 물질이기에 측정 가능하다는 것이 기독교 가르침이었던가? 기독교 영혼론 증명을 위해 ‘맥두걸의 실험’에 '무임승차’하려는 단견이 안타깝다.

<서양은 죽음도 물질인 해골로 표시한다>

프랑스 파리에는 12세기 고딕건축 걸작품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다. 루이 16세 결혼식, 나폴레옹 황제 대관식이 여기서 열렸다. 국가의 중요의식이 거행될 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운 성당이다. 2019년 4월 대화재로 첨탑과 지붕이 무너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 성당이기도 하다.

이 성당 서쪽 벽면엔 ‘미카엘 대천사가 사탄의 우두머리와 나란히 서서 손에 저울을 달고 무덤에서 깨어난 영혼의 무게를 달아 심판하는 장면이 있다. 최후의 심판 날에 미카엘 대천사가 영혼의 무게를 달아 악한 영혼은 지옥으로, 선한 영혼은 천국으로 보낸다는 중세 가톨릭의 교리를 강조하는 장면이다. ‘영혼의 무게 달기 도형인 ’사이코스타시아(psychostasia)’다. 영혼의 무게를 단다는 발상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중세적 상상력의 산물이다.2)

좌측은 ‘노트르담 대성당’ 출입문 전체 모습. 우측은 벽면 중간 부분을 확대한 모습. 미카엘 대천사가 사탄의 우두머리와 영혼의 무게를 달아 심판하는 장면이다.
좌측은 ‘노트르담 대성당’ 출입문 전체 모습. 우측은 벽면 중간 부분을 확대한 모습. 미카엘 대천사가 사탄의 우두머리와 영혼의 무게를 달아 심판하는 장면이다.

영혼을 물질로 생각하고 무게를 측정하려고 한 사람이나 맥두걸의 ‘물리주의’ 실험에 가볍게 동조하는 일부 성직자들이나 영혼의 본질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

기계나 시계는 분해한 뒤 거꾸로 조립하면 다시 원상태로 복원된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를 형성하는 모든 원소를 다 더한다고 해서 인간이 되지 않는다. 원소를 합한다고 생명이 될 수는 없고 바로 그 부분이 영혼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물리주의, 물질주의, 과학 환원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영혼을 어떻게든 물질화하려고 시도한다.

그들은 죽음까지도 해골로 표시한다. 죽음조차도 남아 있는 물질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1) 김용규,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휴머니스트, 2013, 258~259p

2) 같은 책 2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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