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간학자 윤태경의 '미래와 인간'] ⑭불사와 필사 (1)
[미래인간학자 윤태경의 '미래와 인간'] ⑭불사와 필사 (1)
  • 윤태경 고문
  • 승인 2020.09.0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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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미래인간학자
윤태경 미래인간학자

 

<불로장생의 진시황, 수은 중독으로 죽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재물이든 권력이든 많이 가진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죽음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가진 것을 잃지 않으려는 욕망이 강했기에 죽음을 두려워한 것이다. 이런 욕망의 대표주자는 단연 진시황(秦始皇)(기원전 220년-기원전 210)이다.

진나라 최초의 황제이기에 시황제(始皇帝)로 불렸었다. 엄청난 크기의 아방궁과 병마용갱, 아직 발굴조차 되지 않은 진시황릉의 규모는 엄청나다. 그의 권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이었는지를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는 힘들게 쟁취한 권력과 부를 영원토록 보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고 오래오래 살 수 있는 불로장생(不老長生)과 불사(不死)를 염원했다.

진시황릉 병마용갱. 출처: Pikist
진시황릉 병마용갱. 출처: Pikist

진시황의 허황한 욕망의 틈새를 비집고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서복(徐福, 서불 徐市 이라고도 한다)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불로장생약을 찾아오겠다면서 진시황으로부터 동남동녀 3천여 명, 3년 동안 먹을 곡식 등을 지원받았다. 서복은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동쪽으로 떠났다.

진시황이 사망하던 해인 기원전 210년에 다시 진시황을 속여 불로장생약을 구하려 2차 원정을 떠났다. 이를 보면 1차 귀국 시에는 무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차 원정 이후 서복은 다시는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떻든 그는 1차 원정 시에는 중국으로 돌아갔다. 서귀포 앞바다 정방폭포 암벽에 ‘서불과지(徐市過之)’라는 글자를 새겨놓고 서쪽으로 돌아갔다. 서귀포(西歸浦)는 ‘서복이 서쪽으로 돌아간 포구’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서귀포는 이렇게 진시황과 불가분의 인연을 맺었다.

진시황은 불로장생약을 손에 넣지 못하고 허망하게 51세에 죽는다. 신비한 약을 좋아했던 그는 수은을 불로불사약인 줄 오인하고 남용하다가 수은 중독으로 죽었다. 어이없는 일이다.

<영생을 주장한 서양 철학자, 폐렴으로 죽다>

동양의 진시황뿐만 아니라 서양의 근대 초기 과학자 중에서도 불멸을 추구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기계론적 세계관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 르네 데카르트(1596~ 1650), 아이작 뉴턴(1642~1727) 등이 바로 그들이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자연을 하나의 기계처럼 움직이는 물질로 보는 패러다임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유명한 경구를 남긴 사람은 베이컨이다. 베이컨은 객관적 지식으로 무장하면 모든 자연물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 오래 살기 위한 약은 없는 걸까?” 베이컨이 고민한 문제였다. 장수에 도움이 되는 물질의 목록을 작성하고, 영생 비법서도 썼다. 하루 3끼 복용해야 할 묘약들에 대한 기록도 남겼다.1) 그는 노화 정복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당대가 아니라면 후대에서라도···· .

베이컨은 내장을 제거한 닭에 눈을 넣어 시신을 보존하는 실험을 하다가 몸이 얼어붙어 병에 걸려 3일 만에 죽었다. 베이컨이 닭 실험하다가 죽은 얘기를 베이컨 전기 작가에게 말해준 사람은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였다.2)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유명한 ‘리바이어던’의 저자다. 홉스는 베이컨의 유명한 비서였다. 그는 91세까지 살았다.

데카르트도 베이컨 못지않게 인간의 유한성을 풀 수 있다고 확신했다. 세상을 기계로 보고, 고장 난 것은 대체하거나 수리하면 다시 가동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관심사는 추상적인 철학에서 영원한 젊음을 찾는 일로 옮겨갔다.

“원인에 대한 확실한 지식만 있다면 육체와 정신의 모든 병뿐만 아니라 노화로 인한 질병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라고 장담했다. 스스로 방법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그는 41세에 머리가 하얗게 세기 시작해 54세에 타향 스웨덴에서 감기에 걸려 죽었다.3) 데카르트 친구가 말했다. “만약 데카르트가 감기에 걸리지만 않았더라면 오백 살까지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데카르트와 베이컨은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모두 수치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두 사람 모두 폐렴으로 50대 중반에 갑자기 목숨을 잃었다. 근대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뉴턴의 상당수 저작은 연금술에 관한 책들이었다. 연금술은 비금속에서 귀금속 특히 황금을 만들어 내는 기술, 불로장수나 만능 약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말한다. 그 역시 인간의 불로장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사람이다. 그도 보통 사람처럼 죽었다.

권력자든 과학자든 여러 부류의 인간들이 불로장생과 불사를 위해 갖은 노력을 쏟아왔다. 하지만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라는 필연적 진리를 거슬러 성공한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인간은 반드시 죽기 때문에 모든 것을 끝장내는 죽음을 무서워한 것이고, 그러므로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대제국 건설한 알렉산더, 30세에 요절하다>

세상의 모든 권력을 한 손에 움켜쥔 권력자였지만, 물질 세상의 무상함을 임종 직전에야 느끼며 세상을 떠난 영웅도 있다. 진시황보다 100년 정도 앞서 살았던 서양의 전설적인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기원전 336년-기원전 323년)이다. 그는 전투에서 패배한 적이 없는 군사 천재였다. ‘세계의 끝’을 보겠다는 열망으로 11년간 515만㎢라는 엄청난 영토를 정복했다. 불과 30세 때 전례 없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천하의 영웅, 알렉산더도 죽음만은 피해갈 수 없었다.

바빌론에서 죽어가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하는 부하들. 출처: thesun
바빌론에서 죽어가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하는 부하들. 출처: thesun

알렉산더는 죽음이 다가오자 측근들에게 "죽어서 내 몸이 누울 곳은 고작 한 평뿐인 것을.

나는 이 한 평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적과 싸우면서 수만 리의 길을 달려왔단 말인가?!"

라며 삶의 허무함을 토로했다.

앞서 언급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한 말을 떠올려보자. 티끌처럼 작은 지구 사진을 보고 칼 세이건은 "먼지 같은 이 점의 한 부분을 잠깐이나마 정복하려는 득의양양한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 그 많던 장군들과 황제들이 피 흘리며 유혈의 강을 만들어 왔다." 라고 말했다.

칼 세이건의 말에 따르면 알렉산더도 '먼지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유혈의 강을 만든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알렉산더의 사인은 독살설 주장도 있지만 최근 학자들은 말라리아(Malaria)라고 본다. 세계적 영웅이 모기 한 마리에 물려 죽은 것이다. 그는 30세에 대제국을 만들어 놓고도 허무하게 죽으면서 인생 허무함을 절감했다.

알렉산더뿐만 아니라 세계 제일의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도 말라리아(Malaria)로 죽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말라리아 희생자 자료에는 칭기즈칸의 이름도 등장한다. 진시황의 수은 중독처럼, 베이컨이나 데카르트의 감기처럼 위대한 영웅과 황제, 과학자들의 죽은 원인이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생의 업적과 사의 원인이 부조리하다 싶을 정도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알렉산더는 이어 "내가 죽거든 묻을 때 손을 밖으로 내놓아 사람들이 나의 빈손을 볼 수 있도록 하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측근들이 어리둥절해 하자 알렉산더는 "세상 사람들에게 천하를 손에 쥐었던 이 알렉산더도 생을 마감할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판 진시황 레이 커즈와일 : 영생에 도전하다>

역사상 그 누구도 불로 불사한 인간은 없었음에도 현대 과학의 발달을 믿고 영생의 꿈을 키워가는 사람도 있다. 영생을 꿈꾸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다. 그는 사전 제작해둔 묘비명에 생존 기간을 ‘1948~NEVER’로 표기해 놓았다. '현대판 진시황'이란 별칭도 얻었다.

그는 현대 과학 기술의 힘을 빌려 영생의 꿈을 얻으려 한다. 그는 발명품으로 큰 사업적 성공을 거뒀고, 구글의 엔지니어링 담당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은 한겨레신문(2015.4.21) 현대판 진시황미래학자의 영생 알약에 소개된 그의 불로장생 실천법이다.

컴퓨터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2014년 TED 출연한 영상. 유튜브 캡처
컴퓨터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2014년 TED 출연한 영상. 유튜브 캡처

그는 아침 30알을 비롯한 점심 저녁 합쳐 하루 100알의 영양보충제를 먹는다. 약값만 연간 11억 원이다. 한 달에 약 1억원꼴이다. 그의 영생 계획은 3단계다. 1단계는 장수식단실천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2단계는 생명공학 기술이 유전체를 재설계할 수 있을 때까지 건강을 유지하며, 3단계는 분자 나노기술이 인체 장기와 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는 3단계 도달 시기를 2035년~2040년 사이로 본다. 이때에는 인류가 거의 모든 질병과 노화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1948년생이니 그의 나이 80대 후반(87세)에서 90대 초반(92세)에 이르는 시기이다. 또한, 그는 2029년까지는 기계가 인간 지능 수준을 갖추게 될 것이며, 2045년이면 기계가 인간 능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 시기를 그는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칭한다.

2005년에 출판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를 전망한 것으로, 그의 베스트셀러다. 그를 인터뷰한 <파이낸셜 타임스>지의 언론인은 그에 대해 “머리는 좋으나 세상 물정은 모르는 우디 알렌의 형제를 보는 듯했다.”라고 촌평했다.

인터뷰 1년 뒤인 2016년에는 “2029년쯤 인간은 영생을 얻어 불멸의 과정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4) 인간의 면역체계를 대신할 나노 로봇 덕분에 영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노 로봇이 암세포를 없애고 동맥 경화 등을 치료할 수준까지 이를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생불사를 위해 아침·점심·저녁 합쳐 하루 세 번 100알의 영양보충제를 복용한다는 레이 커즈와일. 250알을 복용하다가 식품과학과 제약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줄인 것이 100알이다. 이 약을 제때 먹을 수 있도록 전담인력까지 고용했다고 한다.

레이 커즈와일이 하루 세 번 복용한다는 영양보충제. 출처: Quora
레이 커즈와일이 하루 세 번 복용한다는 영양보충제. 출처: Quora

“왜 오래 살기 위한 약은 없는 걸까?”라고 베이컨이 가졌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믿는 것일까? ‘하루 3끼 복용해야 할 묘약’들에 대한 베이컨의 기록에서 하루 3번 알약 복용의 힌트를 얻은 것은 아닐까?

세계를 뒤흔들었던 불세출의 영웅들이 수은에 중독돼서 죽었고 모기에 물려서도 죽었다. 영생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유명한 과학자들은 감기에 걸려서 며칠 만에 죽었다. 현재는 수십만 명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죽었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중세시대의 일이 아니다.

첨단과학과 첨단 의료기술의 발달이 눈부신 지금 일어나는 일이다. 바이러스 하나에도 현대 과학은 어쩔 줄 몰라 한다. 레이 커즈와일은 똑똑한 과학자라서 영생은 극복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다. 불멸하는 영혼은 팽개치고 필사하는 육체에 매달리는 주객전도된 모습이 씁쓸해 보인다.


1) 조너던 와이너(저), 과학, 죽음을 죽이다, 한세정(역). 21세기북스. 2011. 46~47p

2) 같은 책 48~49p

3) 같은 책 50p

4) 김남권. <미래학자 커즈와일 "인류, 2029년께 영생 얻을 것">. 연합뉴스. 2016.4.21

   (2016. 4. 20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사를 인용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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