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간학자 윤태경의 '미래와 인간'] ⑥과학의 눈부신 공로와 원천적 한계(1)
[미래인간학자 윤태경의 '미래와 인간'] ⑥과학의 눈부신 공로와 원천적 한계(1)
  • 윤태경 고문
  • 승인 2020.08.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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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미래인간학자
윤태경 미래인간학자

 

무지를 깨우쳐 준 과학

우리가 이 정도의 우주와 천체에 대한 지식을 갖게 된 것은 천문학자, 물리학자 등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덕분이다.

BC 4세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천동설을 이어받아 AD 2세기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하늘의 한복판에 있다고 가르쳤다. 이어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등 쟁쟁한 신학자들이 천동설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16세기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코페르니쿠스의 선구적 주장이 나왔다. 17세기 갈릴레이의 관측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었다. 그 후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을 받고 다시는 지동설 주장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석방됐다. 재판 30년 전인 1600년 이탈리아의 철학자 브루노가 지구가 돈다고 주장했다가 화형을 당한 것에 비하면 관대한 처분을 받은 셈이다.

인류는 근 2,000여 년 동안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지구가 붙박이로 하늘에 고정돼 있고 태양과 달, 나머지 행성들이 좌우에서 번갈아 뜨고 진다고 생각했다. 눈으로 관측하는 것이 전부였고, 하늘을 보면 태양과 달 등 천체들이 모두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보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000년 동안 사람들은 지구를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다.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 달, 수성, 금성 등이 궤도를 돈다고 생각했다. 제공: Wikimedia Commons
2000년 동안 사람들은 지구를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다.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 달, 수성, 금성 등이 궤도를 돈다고 생각했다. 제공: Wikimedia Commons

지구가 하늘의 중심이라는 사상은 기독교 사회에서 공인된 세계관으로서 오랫동안 맹위를 떨쳤다. 지구 탄생 이후 지구는 줄곧 태양 주위를 돌고 있었다. 2,000년 동안 인간들이 잘못 알고 잘못 주장했을 뿐이다. 잘못된 과학지식은 확고부동의 진리로 자리 잡고서는 지동설을 주장한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천둥과 번개는 신이 노해서 내리는 형벌도 아니었다. 일식과 월식, 혜성 출현 등등도 하늘의 변괴가 아니었다. 과학은 그런 현상들을 자연현상이라고 알게 해줬다. 과거엔 신의 영역에 속하던 것들을 과학이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에 무지했던 종교는 무지를 신성으로 대체하려 했었다. 하지만 난공불락 같던 종교도 과학적 진실에 조금씩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과학은 종교의 무지를 하나씩 교정시켜 나갔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 주장은 우주과학의 탄생을 이끈 위대한 혁명이었다. 지구와 지구 밖의 천체들과의 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인류에게 제공해줬다. 과학혁명은 천문학에서 발화되었다. 뉴턴과 이후 수많은 과학자는 근대의 여명을 밝히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갈릴레이와 망원경. 제공: 픽사베이)
갈릴레이와 망원경. 제공: 픽사베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유례없는 풍요와 번영을 맞이했다. 과학기술자들은 더 많은 발전과 성과를 얻어 내기 위해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할 태세다.

 

과학의 원천적 한계

과학의 휘황찬란한 업적 때문인지 과학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처럼 이제는 ‘모든 길은 과학으로 통한다.’라는 세상이 되었다. 비과학적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틀린 것이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정도로 과학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과학은 ‘세상의 모든 것은 과학적 잣대로 설명할 수 있다’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존재를 부정한다. 유물론에 입각한 과학 환원주의다.

과학은 물질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그중에서도 사물이나 현상이 어떻게 있는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묻는 학문이다. 그것이 왜 있는지? 에 관한 전체적 의미나 최종 목적은 묻질 않는다. 이런 것은 과학이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이다. 과학이 가진 근본적 한계다.

그런데도 과학은 과학의 영역 넘어 존재하는 것들까지 과학적 방법론과 과학적 잣대로 측정하려 한다. 정신세계의 모든 것조차 뉴런 활동만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석학 이어령 교수는 과학자들의 유물론적 시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주는 물질로 돼 있다고 유물론자는 말하죠.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다 증명이 된다고 말해요. 블랙홀이니 뭐니 하면서 말이죠. 웃기는 소리 하지 마세요.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보통의 물질은 4%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존재하는 것의 73%가 암흑 에너지(dark energy)고, 23%가 암흑 물질(dark matter)이라고 해요. 이 4%도 대부분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는 먼지나 기체라고 해요. 지구와 태양, 그리고 별과 은하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전체 에너지의 0.4%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말하죠.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안에 100개의 문이 있고, 그 100개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시 또 다른 1000개의 문이 나온다고요. 과학이 덜 발달하면 무신론자가 되고, 더 발달하면 신의 존재를 느끼게 됩니다. 1)

우리는 우주의 96%를 모른다. 4%만 관측할 수 있다. 4%도 대부분 성간 가스나 먼지다 수천억 개의 별, 수천억 개의 은하는 우주의 0.4%에 불과하다. 출처: piqsels
우리는 우주의 96%를 모른다. 4%만 관측할 수 있다. 4%도 대부분 성간 가스나 먼지다 수천억 개의 별, 수천억 개의 은하는 우주의 0.4%에 불과하다. 출처: piqsels

과학은 틀려왔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인류는 분자, 원자, 원자핵 등이 각각 기본 입자라고 생각했다. 원자는 물질의 기본적인 최소입자로서 이제는 더 나눌 수 없다는 뜻으로 ‘atom’2)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초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나누어져 있는 것으로 발견됐다. 새로운 발견 이전까지는 몰랐다는 말이다.

이어서 1930년대 초반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분되고, 1950년대 이후에는 많은 소립자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현재 소립자들은 약 300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에 소립자들은 다시 렙톤과 쿼크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이전까지만 해도 갈릴레이나 뉴턴의 역학은 과학적 진리이자 지배적인 이론이었다. 자연현상을 훌륭하게 설명해주는 이론이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뉴턴 역학 이래 물리학의 대전제였던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시공간의 상대성을 적극적으로 밝혀냈다. 물질이 그 주위의 공간이나 시간에 변형을 줘서 그 변형이 만류 인력의 장을 형성한다고 밝혀 뉴턴의 중력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천문학 등 거시적 분야에서 맹위를 떨쳤으나, 원자 이하의 소립자 분야에서는 부적합했다. 그래서 미시세계를 설명하고 적용하는 양자역학이 태동했고, 현재는 미시와 거시 부분 모두를 통괄해서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이론’을 만드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과학이 세상사 모든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이론’을 만들어 낼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인간의 손길에서 탄생한 과학은 천동설이 그랬던 것처럼 지동설이라는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만 유용성을 가졌었다. 과학적 진실이라는 것도 새로운 발견과 발명들 때문에 계속 수정됐고 대체됐다. 인간의 과학은 당시에는 옳았다고 여겨졌지만, 틀려 왔고 그 틀림을 수정·보완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1)김태완. 이어령, 고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한다(2). 월간조선. 2019년 10월호

2)이 말은 그리스어의 비분할(非分割)을 의미하는 atomos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원자라는 말이 가진 본래의 뜻은 없어지고, 원자는 더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원자의 크기는 보통 10-10m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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