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간학자 윤태경의 '미래와 인간'] ①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 창백한 푸른 점
[미래인간학자 윤태경의 '미래와 인간'] ①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 창백한 푸른 점
  • 윤태경 고문
  • 승인 2020.07.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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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미래인간학자
윤태경 미래인간학자

 

우주 속 작은 먼지, 지구

1990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였다.

1977년 발사된 미국의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지구에서 60억km 떨어진 위치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을 전송해왔다. 보이저 1호는 태양계 탐사목적으로 발사된 탐사선이었다. 1989년 태양계 탐사목적을 완수하자 나사(NASA)는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지구 사진을 찍기 위해 여러 해 동안 동료와 지도부를 설득해온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았다.

보이저 1호는 명왕성 정도의 거리를 지날 때 카메라를 돌려 태양과 여섯 행성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 태양, 금성, 지구,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사진이다. 수성은 태양 빛에 묻혀서, 화성은 태양광 반사 때문에 촬영할 수 없었다. 보이저 1호가 찍은 사진을 '가족사진(Family Portrait)'이라고 부른다. 지구 사진은 크기가 0.12화소에 불과하다. 너무도 작아서 눈 크게 뜨고 봐야 겨우 보인다. 우주 속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처럼 보였다. 그렇게 지구의 초라한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30년 전인 1990년 나사(NASA)의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최초 촬영한 지구의 모습. NASA 제공
30년 전인 1990년 나사(NASA)의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최초 촬영한 지구의 모습. NASA 제공

칼 세이건이 그 사진을 보고 얻은 통찰과 영감을 바탕으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1994)’이라는 책을 펴냈다. 칼 세이건의 저서 출간 이후 ‘창백한 푸른 점’은 지구의 명칭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70억 인류의 거주지,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은 저서에서 70억 인구가 아웅다웅하며 사는 이 지구가 우주 속에서는 그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자만심이 어리석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는 것은 멀리서 찍은 이 사진만 한 게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다른 저서 “칼 세이건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심경을 밝혔다.

“다시 빛나는 이점을 보라. 바로 여기가 우리 집이고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모든 사람, 지금껏 존재했던 모든 사람이 바로 그 위에서 살아왔다. 먼지 같은 이 점의 한 부분을 잠깐이나마 정복하려는 득의양양한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 그 많던 장군들과 황제들이 피 흘리며 유혈의 강을 만들어 왔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거대한 우주의 어둠에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 천문학은 곧잘 겸손과 인격 수양의 학문이라고 일컬어졌다. 우리의 작은 세상을 멀리서 찍은 이 사진만큼 인간이 가진 자부심의 어리석음을 잘 알려주는 건 없을 것이다.”

칼 세이건은 달에서 지구 사진을 찍었을 때, 지구는 ‘푸른 콩’ 정도의 크기에 한 프레임 안에 다 들어갈 정도로 작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토성 정도 되는 거리에서 지구 사진을 찍으면 지구는 외로운 한 개의 픽셀 크기로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가 숨 쉬는 대기의 두께는 지구 크기와 비교하자면, 지구본 겉에 발라진 유약의 두께 정도에 불과하다. 이산화탄소 온실효과로 인한 금성의 끔찍한 모습, 오존 구멍이 뚫려 뜨거운 태양의 자외선이 그대로 투과되는 황량한 화성의 모습은 장차 지구가 직면할 수도 있는 모습이다. 인류는 매우 취약한 지구 환경에 살고 있으면서도 반성할 줄 모르고 물질 만능, 개발지상의 탐욕에 빠져 자신을 망가뜨려 왔다. 칼 세이건은 인간의 무지와 오만함을 일깨워 줄 수단으로 먼지 같은 지구 사진 촬영을 생각해냈다. 그는 실제 지구보존을 위한 환경운동과 핵 감축 운동에 헌신하기도 했다.

 

이제는 푸른 점조차 보이지 않는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보이저 2호와 보름 간격으로 함께 발사된 쌍둥이 탐사선이다. 한 대가 고장 날 경우를 대비해 두 대의 탐사선을 띄운 것이다. 천문학에서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 1억5천만km를 1AU(천문단위)라고 부른다. 태양과 명왕성까지의 거리는 약 60억km(40AU)다. 위 지구 사진은 태양계의 왜소행성인 명왕성 정도 되는 거리에서 찍은 것이다.

현대 기술을 활용해 보정한 지구 사진으로 나사(NASA)가 촬영 30주년을 맞이하여2020년에 공개한 사진이다. NASA 제공
현대 기술을 활용해 보정한 지구 사진으로 나사(NASA)가 촬영 30주년을 맞이하여2020년에 공개한 사진이다. NASA 제공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인간의 피조물로서는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星間宇宙·interstellar space)에 진입했다. 성간우주는 별이 없는 공간으로, 은하와 외부 은하 사이를 말한다. 보이저 1호는 2020년 2월 지구에서 222억km 떨어진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150배로 인류가 우주로 보낸 물체 중 가장 멀리 가 있다. 지구와 명왕성까지 거리(40AU)의 3배가 넘는 거리다. 탐사선을 돌려 지구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먼지 같던 지구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저 2호도 185억km(123AU) 밖을 비행하고 있다.

보이저 2호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빛의 속도로 달려도 17시간 걸린다. 여기서는 보이저 2호가 나사로부터 지시를 받은 데만 34시간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장비들이 낡아 보이저 탐사선들의 운명은 2024년을 전후해 끝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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