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각을 해킹한다-인간의 지각범위는 더 넓어지고 놀라운 감각이 일상이 될 것
사람의 감각을 해킹한다-인간의 지각범위는 더 넓어지고 놀라운 감각이 일상이 될 것
  • 정지호 기자
  • 승인 2020.01.13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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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퓨처타임즈=정지호기자] 지난 수천 년 동안 인간의 경험은 다섯 가지 감각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나 신경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조만간 더욱 넓은 관점을 제공하게 된다. 감각의 종류를 어떻게 셀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은 전통적인 다섯 가지 감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균형 감각, 우리 신체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능력인 고유 수용성 감각(proprioception)도 중요한 감각이다. 보통 촉각으로 뭉쳐서 이야기하지만 온도와 통증 감시 시스템도 독립적인 감각이 될 자격이 있다. 이러한 감각들은 때로 우리가 믿는 것처럼 구체적인 것은 아니다. 대략 인구의 4.4%는 공감각(synesthesia)을 경험한다. 공감각이란 동시감각의 속성을 지니며, 어떤 감각에 자극이 주어졌을 때,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감각 간의 전이 현상을 말한다. 소리를 듣고 색깔을 감지하거나 특정한 맛을 보면 형태를 떠올린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과학자들은 이러한 유동성을 이용하여 감각 중 하나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제2의 해결책을 개발했다. 1960년대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폴 바크 이 리타(Paul Bach-y-Rita) 는 인간 두뇌의 가소성을 보여주었다. 그는 400개의 작은 터치패드가 사람의 등을 누르는 방식으로 영상을 진동으로 변환시켜주는 의자를 발명했다. 이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에게 얼굴, 물체, 그림자를 감지하도록 해주었다.

바크 이 리타는 2003년 디스커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두뇌로 본다.’ 이러한 원칙 아래에서 그의 연구소는 다양한 감각 스와핑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들의 연구는 1990년대 말 TDU(Tongue Display Unit) 개발의 결실을 맺었다. 이는 혀의 촉각 패턴을 이용하여 시각장애인이 볼 수 있도록 하며 균형 감각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이 같은 원칙은 현재 시각적 영상을 ‘듣거나’ 소리를 ‘느끼도록’ 하는 신경 연결 통로 재건에도 사용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공학자인 피터 메이저가 개발한 스마트안경인 보이스(vOICe)는 화상의 픽셀을 밝기와 수직 위치 매핑, 그리고 볼륨을 이용하여 소리로 전달한다.

베스트(VEST : Versatile Extra-Sensory Transducer)는 촉각을 이용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맨(David Eagleman)이 주위 소리를 진동으로 변환하고 피부에 전달하여 청각장애인들도 소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이다. 베스트가 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장치이지만, 이 장치는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는 오픈 API(인터넷 이용자가 일방적으로 웹 검색 결과 및 사용자인터페이스 등을 제공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개된 API)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트위터 피드나 주식시장 데이터, 날씨 정보를 입력하기 쉽게 되어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오버랩

이 같은 기술은 감각의 경로 변경 가능성만이 아니라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인간의 지각 경험을 증강시킬 수 있다. 의학적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시작된 이 기술은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철학이 반영되기 시작하여 과학과 기술을 이용하여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술가이자 ‘사이보그’인 닐 하비슨은 이러한 트렌드의 살아 있는 예이다. 그는 선천적으로 전색맹이라는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세상을 흑백으로만 볼 수 있다. 그는 색깔을 소리 진동으로 변환시켜 주파수에 따라 색상을 알 수 있는 카메라와 안테나 장치인 아이보그(Eyeborg)를 두개골에 이식했다. 그는 이제 그림을 ‘들을’ 수 있는 공감각을 가지게 되었으며 색상을 특정한 소리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가 가진 안테나는 인간의 시각 스펙트럼을 넘어 적외선과 자외선까지 인식할 수 있다. 인간의 감각 경험의 경계를 밀어낸 사람은 닐 혼자만이 아니다. 레딩대학교의 케빈 워릭(Kevin Warwick) 교수는 인간이 마우스나 키보드 같은 외부입력장치 없이 직접 컴퓨터와 접속하는 세계를 구상하여, 팔에 동전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실험했다. 9일 동안의 실험 도중 워릭의 이동 정보는 팔 안의 칩을 통해 컴퓨터로 전송됐다. 

워릭은 이 실험을 ‘프로젝트 사이보그 1’이라고 명명했다. 4년 뒤 그는 칩을 이용해 인간의 신경신호를 직접 전송하는 실험을 했다. ‘프로젝트 사이보그 2’라는 실험에서 워릭은 신경계에 직접 칩을 연결하고 인터넷을 통해 신경신호를 보냈다. 그는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에서 영국 레딩대학에 있는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워릭은 생체 이식 칩이 신경신호를 완벽하게 뇌로 전달한다면 신경계가 손상된 환자들을 치료하거나 장애인에게 로봇 의수를 이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물계는 새로운 트랜스 휴머니스트들에게 세상을 인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영감을 준다. 뱀들은 적외선을 볼 수 있으며 열 영상을 볼 수 있다. 여러 종의 물고기들은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 새와 곤충은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러한 지각 능력은 한 종(種)에만 국한된 능력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듀크 대학교의 신경과학자들은 설치류의 뇌에 탐지기를 설치하여 적외선을 ‘느끼고’ 볼‘ 수 있게 하였다. 도쿄대학교의 연구진은 시각 장애 쥐의 시각 피질에 지자기 나침반을 연결하여 볼 수 있는 쥐와 마찬가지로 미로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과학자들이 사람을 대상으로 이러한 수술적 방법을 감히 시도하는 것은 힘든 것으로 보이지만, 하비슨과 워릭과 같은 ‘바이오해커’ 또는 ‘그라인더’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실용적 트랜스휴머니즘의 이름하에 섬뜩한 스스로의 신체를 수정시키고 있다.

그라인드하우스 웨트웨어(Grindhouse Wetwares, 피츠버그에 있는 오픈소스 바이오기술 스타트업)와 같은 집단은 전자기기에 가까이 가면 다른 소리를 내는 손가락 자석 임플란트에서 눈을 감은 채 진동을 통해 방의 윤곽을 그려낼 수 있는 거리 측정 센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실험하고 있다.

초감각 증강에 대한 이러한 탐사 노력은 아직 형성 단계이며 인간의 지각 범위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오래지 않아 놀라운 감각의 힘이 인간의 일상 경험의 일부가 되는 날이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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