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민주주의 바로잡을 수 있을까?
블록체인, 민주주의 바로잡을 수 있을까?
  • 김대현 기자
  • 승인 2019.09.1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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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타임즈=김대현 기자] 블록체인을 이용한 온라인 투표는 민주주의의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미 중간 선거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투표가 실시되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블록체인 앱을 이용한 온라인 투표가 실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정치에서 기술이 해 온 역할에 대해서 수많은 토론이 있었다. 브라질에서 일어난 왓츠앱(WhatsApp)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퍼져 나간 사건에서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이 증오 발언의 도구가 된 것, 또는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온라인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데이터 분석 회사인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에 사용자 정보를 판 사건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은 기술이 정치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부담 요소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기술은 진실 또는 거짓 정보가 쉽게 확산되도록 영향을 주었고 그에 따라 유권자들이 후보를 인식하는 방법에 확실히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투표 자체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술이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선거일이 되어 투표하는 과정은 거의 변화되지 않았다.

모바일과 디지털에 의한 투표의 현대화는 수년 동안 지속되어온 토론의 주제이지만 언제나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근본제도이므로 이를 사이버 위험에 노출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투표를 반대해온 사람들은 이제 지금까지 잃어버린 연결고리였던 보안성과 불변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찾아온 새로운 참가자를 맞이했다.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오늘 실시된 미국의 중간 선거에서는 작은 규모의 블록체인 투표 실험이 실시되었다.

디지털 민주주의 실험

이번에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웨스트버지니아 주 24개 카운티에 소속된 해외 국민들과 군인들은 보츠(Voatz)라는 앱을 통해 투표할 수 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는 이번 조치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총선 투표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되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맥 워너 주장관은 2017년 1월 선출된 이후, IT담당 직원에게 해외에 거주하는 8,000명의 군인과 가족들이 모바일 투표를 이용할 방법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미국은 2016년 대선 때도 전 세계에서 보낸 부재자 투표 30만 여 표가 법정시한 내 도착하지 못해 개표조차 하지 못하는 등 선거 때마다 참정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

블록체인 투표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투표권 행사는 이미 공식 선거뿐만 아니라 미 정당정치의 꽃인 오픈 프라이머리의 모습도 변화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2일 매사추세츠 주 우스터에서 열린 주지사 후보 지명대회에 블록체인 투표를 적용했다. 앞서 4월에 열린 매사추세츠 공화당 주지사 후보자 지명대회에서는 2,000여명이 참여한 블록체인 투표로 현직 주지사인 찰리 베이커를 후보로 선출했다.

맥 워너 주장관은 ‘기존의 사전투표용지를 이용한 투표는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해외 체류자에 요구되는 우편 서비스나 유선 전화망의 신뢰도가 낮은 벽지에 체류 중인 군인과 가족들에게는 유용한 투표 방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휴대폰은 다르다. 모든 사람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주 또는 연방ID가 있는 군인과 가족은 보츠 앱을 사용해 투표할 수 있다. 보츠는 지문이나 망막인식 기술을 통해 암호화된 생체 인식 검증 시스템을 이용한다. 보츠 애플리케이션은 승인형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이 블록체인은 IBM이 개발한 하이퍼레저(HyperLedger) 프레임워크에 기반을 둔다. 투표 참여자들의 투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투표용지는 집계되기 전에 투표의 유효성을 사로 확인하는 여러 컴퓨터에 전송된다.

더 쉬워진 투표 방식은 투표율을 높이게 될까?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은 시민들의 참여이다. 아무도 투표하지 않거나 당파성을 띤 선택된 유권자 집단에 의한 투표가 이루어진다면 선거 제도는 미국 헌법 제정자의 목적에 맞지 않게 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미국 대통령직 프로젝트(The American Presidency Project)에 따르면 1968년에서 2012년까지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60% 미만이었으며 그 중 절반은 55%에도 미치지 못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투표율은 선진국 32개국 중에서 26위에 해당된다. 미국보다 투표율이 앞서는 나라들은 강제투표 법률이 있는 국가들이 많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는 투표하지 않으면 2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투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먼저 선거인 등록을 하고 투표일 당일에 투표소에 가서 표를 행사하면 된다. 아마도 줄을 서야 하거나, 직장에 늦을 수도 있다. 혹은 날씨가 나쁘거나 교통이 막히는 등 사소한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는 몇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일이며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투표할 권리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임하는 일의 작은 문제들이 실제로 사람들이 투표하러 가지 않게 하는 장벽이 된다면? 휴대전화를 통해 바로 투표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면 투표율에 차이가 생기게 될까? 투표비용지수(Cost of Voting Index)라는 연구에서 선거인 등록 마감일, 사전투표와 부재자투표에 관한 법률, 투표인의 신분증 지참 여부, 투표에 걸리는 시간과 같은 요인들이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투표방해 요소가 적은 주에서는 더 높은 투표율을 나타냈다.

더 쉬워진 투표 방식은 더 나은 투표를 유도하게 될까?

블록체인을 이용한 투표의 열렬한 지지자와 열렬한 반대자 모두에게 가장 강력한 비판 요소는 안전 문제이다. 블록체인은 안전성과 불변성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보츠 앱을 이용한 투표의 경우 투표자의 표는 바로 블록체인으로 가지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모든 형태의 인터넷 투표에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투표검증재단(Verified Voting Foundation)의 대표인 매리언 슈나이더(Marian Schneider) ‘보츠는 블록체인 기술을 부수적으로 사용하는 앱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초당적 단체인 미국투표재단(Vote Foundation)은 인터넷 투표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통해 유권자 인증, 클라이언트 측의 맬웨어, 네트워크 공격, 디도스(DdoS) 공격 등과 같은 위험이 온라인 투표의 편익에 비해 너무 높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추가 보안 문제들이 동시에 만족스럽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공공 선거에서 인터넷 투표 시스템을 고려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암호화폐와 계약을 위한 이니셔티브(Initiative for CryptoCurrencies and Contracts)의 연구진들은 블록체인 투표에 강하게 반대하며 맬웨어와 네트워크 공격에 의한 위험과 같은 많은 우려를 제기했다.

새롭고 모호한 정치 시대

인터넷 투표의 도구로 사용되는 블록체인은 현재 상태로는 불완전하며 다만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투표의 지지자와 반대자들 모두 블록체인이 아직은 성숙한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페이스북과 기타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아마도 이러한 사이트들이 증오 연설이나 선동을 퍼뜨리기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들이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블록체인이 실행 가능한 투표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보안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여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위험과 문제들이 존재할 수 있다. 기술은 현대 정치에 많은 문제들을 가져왔으며 기술이 정치에 가져온 해악과 장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점진적으로 서서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다.

블록체인 지지자들조차도 블록체인이 더 많은 사람들을 투표하게 만드는 최종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 실시된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실험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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