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 배낭메고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2 -"유럽에서나 한국에서나 음식은 남기지 말아야"
인턴기자 배낭메고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2 -"유럽에서나 한국에서나 음식은 남기지 말아야"
  • 송호창 인턴기자
  • 승인 2019.07.11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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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74

Saint jean pied de port-Ronsesvalles (6시간 반)

[퓨처타임즈=송호창인턴기자] 520분 기상 예정이었는데, 오늘도 생각보다 더 일찍 깼다. 눈 뜨니 4시였다. 발에 바셀린을 바르고 출발 준비를 하고 나오니 같은 방에 있던 늦게 온 친구가 있었다. 레오나르도라는 친구로, 로마에서 왔고 78년생이라고 했다. 30대인 줄 알았는데... 레오나르도와 커피를 마시고 6시에 출발했다.

얘기 듣던 대로 맨 처음이 너무 힘들었다. 가파른 경사로 인해 시작하자마자 지쳐서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 와중에 고개를 돌리니, 엄청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사진=송호창 인턴기자
사진=송호창 인턴기자

단언하건데, 내 인생을 통틀어서 본 일출 중 최고였다.

일출이 전부가 아니었다. 흰 운무가 내려앉은 봉우리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정말이지, 다음 발자국을 떼게 하는 힘이 되었다.

오리송에 도착해서 아침으로 야채수프와 생오렌지 주스를 먹었다. 비상식량으로 샌드위치 2개와 물도 샀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경사에서 브라질에서 온 이탈리아 사람이자 영국사람인(3개국 시민) 에두아르도를 만났다. 반가운 한국인 할아버지도!

함께 걸으면서 정치며 외교며 음식 얘기까지 온갖 얘기를 했다. 이탈리안답게 에두아르도는 역시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부인이 독일사람이고 함께 독일에서 사는데, 늘 친구들이 본인 집에 음식을 먹으러 온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독일 음식은 엄청나게 맛이 없다고 덧붙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걸으며 본 풍경들
걸으며 본 상징물들. 날씨가 엄청나게 좋았다

가는 길에 푸드트럭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데 한국인 일행이 치즈를 샀다가 그 앞에서 버리는 바람에 할아버지가 화를 냈다. 본인이 만든 건데 버리면 어떡하냐고...

일단 보관했다가 나중에 요리하거나 다른 사람을 주는 게 매너라고 에두아르도가 설명해줬다.

오다가 말을 타고 온 프랑스 사람도 봤다! 말 이름이 숑숑이라길래 뭔가 했는데 삼손이었다.

Posada에서 맥주랑 점심이랑 남은 샌드위치하나 나눠먹고 얘기하면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했다.

6시간 반 정도를 걷고 론세스바예스 숙소에 도착했다.

교회를 개조해 만든건지 숙소가 엄청 웅장하다.

예약이 안 떠서 좀 당황했는데 별문제는 없었다. 빨래가 3유로나 하길래 손빨래를 하고 레오나르도와 함께 밖에다 널었다. 빨래는 내일 6시경 다시 찾으면 될듯하다.

저녁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감동했다.

특히 디저트가...와우. 엄청나게 맛있다.

에두아르도가 같이 디저트를 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유럽에서는 전쟁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음식을 낭비하는 경우가 적어. 우리 할머니도 이런 거 만드시는데, 오래된 빵을 우유, 시나몬, 초콜릿이랑 섞은 다음 하루 놔두면 빵이 우유를 다 빨아들여서 촉촉해져. 그걸 트레이에 담아 냉장고에 두면 이런 부드럽고 달콤한 케이크를 만들 수 있어. 유럽에선 음식을 절대 남기는 일이 없지. 아까 한국인 할아버지처럼 치즈를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버리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고. 그래서 내가 팔던 사람한테 유럽에서 온 사람이 아니니 양해를 구한다고 했어. 치즈를 평생 만들던 사람 앞에서 그걸 버리니 정말 화가 났을 거야! 이탈리아 사람이었으면 바로 주먹을 날렸을걸.

뭐 우리나라에서 쌀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여기서는 치즈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거 였다. 명심, 또 명심했다.

미국에서 온 에밀리 누나가 발에 물집이 잡힌 탓에 호스텔에서 소독용 알코올을 구하고 내가 가져온 바늘과 실을 이용해서 응급조치했다. (바늘을 소독하고 실을 꿰어 물집을 통과시키면 실이 물을 머금으면서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다행히 아주 심하진 않았고 누나는 당장 약국가서 바늘을 살거라고 다짐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났고 피곤한 몸에 와인을 마셨더니 피곤해서 금방 잠자리에 들었다.

송호창 대학생 인턴기자, 건국대학교 기계공학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중
송호창 대학생 인턴기자, 건국대학교 기계공학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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