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용기는 두려움에서부터 나오고, 선은 악을 이길힘에서 나오고, 빛은 어두움을 뚫고 나오지 않는가.-이경화 생각
참된 용기는 두려움에서부터 나오고, 선은 악을 이길힘에서 나오고, 빛은 어두움을 뚫고 나오지 않는가.-이경화 생각
  • 이경화 편집위원
  • 승인 2019.07.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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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경화
사진, 이경화

 

[퓨처타임즈=이경화편집위원] 하루 하루 감사하기

장마의 여파로 온 몸이 아프다. 나는 갑상선 암이란 친구가 14년전에 말없이 찾아왔다. 그때에는 정말 하루는 왜 24시간만이 있을까 라고 생각한 일 중독이었다. 딱 두시간만 하루라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일분 일초가 아깝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나를 혹사 시키는것만이 열심히 사는것이라고 어리석게 믿었던 까닭이었다. 사람에 대한 욕심도 지나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 관계하는것만이 내 삶의 보람같이 느껴져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과 사귀었다. 어느날 그렇게 열심히 앞만 보고 내 달린 나에게, 암이란 친구가 찾아왔을때, 내 삶은 진행형이 아니라 정지된것만 같았다. 나를 알던 모든 사람들은 내 암에 대해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몸살 한번을 안걸린 나였고, 아프다는 이유로 일을 못한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러한 현실이 나의 병과의 아주 깊은 괴리감으로 고통...스러웠다. 아무도 없는 성체 조배실에 찾아가 내 삶을 통째로 흔들어 버린 이 암에 대해 신에게 항의하듯 따져 물었던 적도 있고, 회식 자리에서 술잔을 던져 버린적도 있었다. 나는 암이란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서서히 그 암이란 친구가 나에게 왔어야만 했던 이유와 개연성에 대해 점점 깊게 생각하게 되었고 드디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수술대기실을 지날때 복도에는 삶의 파노라마가 지나쳤다. 매우 어릴적 엄마의 젖을 빨면 그 젖을 떼느라 연고를 바르셨고, 나는 오기로 엄마 젖을 더욱더 세차게 빨았다. 엄마와의 기억, 그리고 나를 둘러싼 가족들의 웃음소리 모두 일상의 어느 한 부분이 복도 천정에 필름지가 되어 펼쳐졌다. 그리고 짧게나마, 저 수술실을 나오지 못할 극한의 상황이라면, 나는 이렇듯 평화롭게 죽을수도 있겠구나 하고 마음 한 구석에서 평화가 물감이 번지듯 밀려왔다. 어차피 죽을 인생이라면 이렇게 조용히 고통없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수술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늦게 수술을 했으면 폐에 전이가 될뻔 했다 한다. 나는 그 수술 이후 모든것이 많이 달라졌다. 죽음의 평화를 조금이나마 맛보았고, 생명에 대한 오만함도 무릎을 꿇었으며, 삶에 대한 목적은 무엇을 많이 가지는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 그것이 속도가 느릴지라도 인정하고 채근하지 않는일 등 실로 내가 암이란 친구에게 배운것은 많다. 나는 그 뒤에 나의 삶에 대해 더 깊게 다가갈 수 있었고, 힘을 빼면서 사는일과, 욕심을 조절하는 일에 더 비중을 두고 살게 되었다.

열심히 사는것은 남들을 제치고 달리는것이 아니다. 느리게 느리게 걷더라도 항구히 자신의 길을 걷고, 옆을 돌아보며 같이 걷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빠르게 뛰고 남들보다 빠르게 골인을 하는일은 속도의 차이이다.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일처럼 숭고한 일이 있을까. 힘을 조절하는 일 삶에 있어 열정을 마른걸레처럼 짜 버려 더 이상 짤것도 없는 상태를 만드는일을 우리는 열심히 산다라고 표현한다. 너무 뜨거운 상태가 아닌 따뜻한 온기로 세상을 바라보고, 거칠고 투박하게 살 지라도 삶에 있어 겉멋을 빼 버리는 일 화려하거나 가진것이 많지 않아도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고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것이야 말로 열심히 사는것이라고 새로 명명하고 싶다.

제주에 내려와서 하루를 정리하며, 하루안에 감사한 일을 메모 하고 있다. 내일이 불안한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미래를 모른다. 나는 내일을 나아갈 힘을 이 하루안에 감사에서 찾는다. 어제 감사했던일로 오늘 나아갈 힘을 얻는다. 슬펐던 일도 막막했던 일도 외로웠던 일도 그래서 모두 감사하다.

참된 용기는 두려움에서부터 나오고, 선은 악을 이길힘에서 나오고, 빛은 어두움을 뚫고 나오지 않는가.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한 때때론 어리석고, 때때론 교만하며 또 때때론 이 모든걸 잊고 살기도 한다.

그렇다. 나는 한참이나 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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